조금은 아픈 추억으로 먹는 부대찌개

한국에서 부대찌개가 생겨난 유래를 알고 부대찌개를 먹는 이라면 마음 한켠이 조금은 울컥할 것이다. 한국 전쟁이 남긴 것은 가난과 조국의 분단, 정치적 혼란 속에 자리 잡은 미군들의 얼굴이었다. 언제 또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휴전 상태에서 미군은 대한민국 군보다 더 의지해야 할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었다. 이렇게 자리 잡은 미군 부대는 서울을 비롯해 12곳이 넘는 곳에 주둔하였다 하지만 유독 의정부가 미군 부대의 도시라 불릴 만큼 미군이 많았던 것은 의정부는 북으로 동두천에서 철원으로 이어지는 곳으로 북으로부터 방어의 주요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하여 이곳 의정부는 유독 미군이나 미군 물자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미군은 미국에서 보내주는 물자로 생활하였는데 그중에 미군, 혹은 그곳을 드나드는 한국인에 의해서 새어 나온 음식들이, 먹을 것이 귀했던 한국인들의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다. 미군들의 음식 재료였지만 한국인들은 그것을 한국식으로 먹었다. 탕이나 찌개를 끓여 한 그릇 식사를 때우던 서민들은 미군의 음식 재료인 햄이나 통조림 콩들을 김치찌개에 넣어 먹었고 그것이 발전하여 오늘날 우리가 즐겨 먹는 부대찌개가 된 것이다.

 

어느 집에서 먹어도 평균 이상

부대찌개를 어떤 이들은 꿀꿀이죽에서 나온 음식이라고 하지만 이는 처음부터 그 용도가 달랐다. 꿀꿀이죽은 말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로 돼지 먹이용 죽을 끓인 것이고 이를 가난한 사람들이 겨우 끼니를 때우기 위해 사 먹었던 것인데, 그중에는 미군 부대에서 나온 것도 있었으니 그런 말들도 생겨난 것이다. 처음 부대찌개는 김치찌개에 미군 음식을 넣어 끓인 것에서 시작되었다. 비교적 미군 물자를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의정부 지역은 자연스레 미군 기지에서 나오는 음식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었고 그것이 점점 전문화되면서 의정부 부대찌개를 탄생시킨 것이다.

예전에는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재료들로 부대찌개를 끓였지만, 지금은 한국의 소시지 생산 기술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의정부 부대찌개에서는 합법적으로 들어온 수입 소시지나 재료들로 찌개를 끓인다. 이것이 의정부 부대찌개의 맛이 변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가게마다 노하우가 있으니 그 맛이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그때 그 시절, 설움 속에서 얻어낸 식자재로 끓여 먹던 부대찌개가 주는 오늘날의 향수는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쌀쌀한 날씨에 옛 추억을 담아 뜨끈하게 풀어먹는 의정부 부대찌개에서 한국인의 과거와 오늘을 맛볼 수 있다. 

 

의정부를 대표하는 특별한 먹거리 축제, 의정부 부대찌개 축제

의정부시에서는 매년 가을에 의정부 부대찌개를 테마로 한 축제를 개최하고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퓨전 음식으로 명성이 높은 부대찌개의 맛과 멋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의정부 부대찌개 축제에는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매년 조금씩 바뀌지만, 대체로 개막식과 부대찌개 무료 시식회, 부대찌개 체험행사 등이 진행된다. 또 관람객들을 위한 다채로운 문화공연도 펼쳐진다.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맛있게 끓는 부대찌개를 직접 먹어 본 사람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맴돌게 되니, 그 참 매력에 빠지고 싶다면, 축제 기간 의정부시를 방문해 보면 좋겠다.